택배알바를 한지 일주일이 되었다.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했더니 안된단다.
얼렁뚱땅 계약서를 쓰게 하더니 여기에 나와있는데로 사람 못구해지면 3개월은 해야한다고 했다.
초보에게 계약서 프레임을 씌우더니 과중한 업무를 주었고 포기하고 싶다고 하자 그럼 용차를 써야하는데 하루에 30만원씩 3개월하면 약 800만원 정도 물어내야한다고 했다.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처음엔 화가 났다.
광고와 달랐고 오자 마자 노예계약을 한것 같았다.
돈을 벌려고 알바를 시작한건데 어...하는 순간 잘못하면 돈을 물어줘야하는 상황이다.
친절했던 차장님은 계약과 동시에 악인되었고 난 택배감옥에 갖혀버렸다.
삶이 순간적으로 지옥으로 변했다.
소통을 하자는 차장님은 자신을 말이 끝나면 전화통화하기가 힘들어졌고 개인 카톡은 잘 보지 않았다.
초보인 나에게 계약서만 들먹거리며 일을 강요했고 거기에 난 감옥속에 갖힌 죄수처럼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인생을 여기서 다시 배운다.
계약을 할때는 신중해야한다. 사람을 쉽게 믿으면 안되며 일을 계속 할수 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한다.
난 순간의 선택으로 실수를 했지만 다른 사람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하는 바램이다.
택배일을 선택하기전 먼저 생각해야할 것들을 정리해보자.
- 아침에 일찍 일어날수 있는가(약 6시 이전 기상)?
- 물건을 들고(무거울수도 때로는 가벼울수도) 4층 계단을(이하일수도 이상일수도) 매일 최소 10가구 이상 왔다갔다 할수 있는가?
- 비가와도 일할수 있는가?
- 추워도 일할수 있는가?
- 더워도 일할수 있는가?
- 늦게 끝나도 일할수 있는가?
- 하루에 최소 100건이상 할수 있는가?
- 1톤 트럭을 탔다 내렸다 반복할수 있는가?
- 탑차운전을 잘할수 있는가?
- 물건을 못찾아 헤메도 괜찮은가?
- 정리를 잘할수 있는가?(배송할때 정리가 잘되어있으면 찾기가 쉽다)
- 주말에 안쉬고 일할수 있는가?
- 일주일에 쉬는날이 하루 또는 이틀인데 괜찮은가?
- 갑자기 큰 일이 생기더라도 쉬기가 힘든데 괜찮은가?
- 핸드폰을 오랫동안 잘 볼수 있는가?(모든 업무가 핸드폰으로 이루어진다.)
- 지도 어플을 보고 집을 잘 찾을수 있는가?
- 밥을 굶으면서 일할수 있는가?
- 차에서 끼니를 해결할수 있는가?
- 자신의 돈으로 밥과 간식을 사먹어도 괜찮은가?
- 체력소모가 많은데 버틸수 있는가?
- 한건당 수입이 적은데 괜찮은가?
- 월급이나 보너스 없이 일한만큼만 받아가는데 괜찮은가?
- 여유시간을 갖기 힘든데 괜찮은가?
- 퇴근후 피곤에 찌들어 잠들어도 괜찮은가?
- 만성 근육통을 견딜수 있는가?
- 점점 멍해지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괜찮은가?
-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도 괜찮은가?
- 일하는 동안 변수가 많아도 괜찮은가?
- 물건을 분실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 차사고 안낼 자신있는가?
- 일하는 구역이 자주 바뀌어도 괜찮은가?
- 복지가 안좋은데 괜찮은가?
- 마지막으로 이 일이 하고 싶은가?
정리한 사항들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거라 차이가 있을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자 이걸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어졌다.
물론 경험이 쌓이면 지금보다 덜 힘들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것들을 염두해두는 것이 좋다.
차장님에 이야기로 돌아와서....
어제 밤에는 정말 화가 났다.
오늘 일 끝나고 조금 여유를 가지고 있는 지금!
난 어차피 길게 해봐야 3개월이다.
사직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사람이 구해지면 그 전에 끝날수도 있다.
차장님 말로는 1개월이면 구해진다는데 뒤통수를 맞은 나로선 100프로 신뢰하진 않는다.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도 살아남을려고 그러는거겠지. 회사라는 시스템에서.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오면 무서운 이빨을 감추고 계약서에 서명부터하라는 거겠지.
그는 그 회사에 있는동안 계속 그런 삶을 살아야 할것이다.
처음부터 그도 악인은 아니었겠지.
어차피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기심이 먼저 드러나게 마련이니까.
예전 어떤 책에서 이런 걸 본적이 있다.
원숭이로 실험을 했는데 엄마원숭이와 아기원숭이를 우리에 가둬놓고 바닥을 점점 뜨겁게 했다.
결국 아기 원숭이를 밟고 엄마원숭이가 서서 아기원숭이는 죽고 엄마 원숭이는 살아남았다.
극한의 상황에 가면 이타심보단 이기심이 우선이다.
난 아기원숭이가 되었고 결국 엄마원숭이는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속 죄책감은 평생 피해갈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시간이 흘러 우리에서 나와 새로운 삶을 산다면 한단계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지금도 많이 느끼고 있다.
평소 내가 살아왔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아기와 보내왔던 시간들. 가족여행. 나의 취미활동. 내 소중한 사무실. 편안하고 따뜻한 집. 독서. 글쓰기.
그리고 힘들게 돈을 벌어보니 알겠다.
내가 이때까지 썼던 돈이 그냥 돈이 아니라 노력해야 벌수 있고 한푼두푼 모여야 밥을 사먹을수 있고 생활을 할수 있다는 것을. 어머니가 동전을 모아야 큰돈을 모을수 있다는 말이 뼈저리게 와닿는다.
인생에서 실수는 할수 있지만 실패는 하지말아야 한다.
난 실수했지만....실패한 인생은 살지는 않을것이다.
왜? 떳떳하니까. 타인을 이용하면서 살지 않았으니까.
난 내가 받아들이고 거기서 교훈을 찾고 이겨낼려고 하니까.
다시 시작하자. 어차피 시간을 흘러가고 그 시간동안 성장하면 되니까.
Just do it!
.....결론은....최대한 빨리 그만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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